겨울의 끝자락...
이른 봄의 설레임 속에 방문했던 지리산 흙집세상...
사실은 한겨울 하얗게 쌓인 눈 속에 이 곳에서 군불 때며 그 따뜻하고 포근함 속에 머물고 싶었는데..
시기가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군불을 때는 시기라 방문했던 2월 말..
봄의 전령들이 도착하기 전이라 화려하게 핀 들꽃 하나 볼 수 없었지만
너무도 편안하게.. 따스하게.. 고요하게.. 머물다 온 곳입니다.
우리가 머물렀던 집
나무와 황토만으로 지은 흙집
지붕은 너와지붕입니다.
이곳에서 군불 때며 아주 따뜻하게 잘 겁니다.
집 뒤편으로 나무 쌓아 놓은 것 좀 보세요.
완전 예술입니다.
한 바퀴 둘러보니..
옆집 옆에는 그네도 있고..
여름에 사용하기 좋을 정자도 있네요.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반야봉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한 룸당 2명까지만 받는 인원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이걸 핑계로 남자들은 다 빼고 형님과 단 둘이 여자끼리만 왔습니다.
특히나 머무는 동안에도 옆집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를 하고 계셔서
너무도 조용히 머물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준비된 주방
기본으로 갖춰진 식기도 있고 행주 수세미 모두 일회용품으로 청결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화장실도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요.
방의 형태는 원룸으로 옆에 부엌이 별도로 딸려 있는 형태입니다.
방에는 안쪽으로 전통 나무 옷걸이도 있고..
이렇게 선반이 있는데..
이건 이불을 올려놓는 곳입니다.
여기 작은 창문 외에도 밖을 보며 차 한잔과 함께 멍 때릴 수 있는 큰 창문도 있습니다.
위를 바라보면 원형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는 천장
누워서 바라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거실처럼..
바깥세상으로 열려있는 큰 창문
이 뷰를 가지려고 일부러 반야봉을 선택했다는~~^^
이곳에는 다기와 함께 발효차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도착하니.. 이렇게 자연식 과자도 준비해 주셨습니다.
하동 하면 녹차가 유명한데..
(사실은 보성 녹차밭이 하도 유명해서 보성이 녹차로 더 유명한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하동의 녹차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는~~~)
이 발효차도 너무도 편안하고 맛이 좋은 차였습니다.
군불 때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ㅋㅋ
사장님께서 오셔서 군불 때는 소리가 들려서 후다닥~ 나가봤더니..
"여자 두 분이 오셨으니.. 조금 더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 하시면서 나무를 더 넣어 주셨습니다.
하~~ 나는 갑갑증으로 난리 날 수도 있는데..ㅋㅋ
형님은 무척 좋아하시네요.
불을 땔 때는 '불멍~~~~' 시간을 꼭 가져야 되겠죠~^^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서 정말 편안해지는 불멍 시간~~~
이러려고 여기 왔습니다. ㅋ
숙소마다 군불을 때니..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현대식 굴뚝으로 바뀐 곳도 있고..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굴뚝도 있습니다.
옛날 굴뚝이 훨씬 정겨운 듯~
오후 시간이 깊어지면서
고요히 내려앉는 산의 분위기와 군불 때는 연기가 너무도 평화로운 저녁입니다.
이제 햇볕도 산 끝자락에 잠시 멈추었네요.
우리는 여자끼리 가면서 고기 구워 먹기가 귀찮아서 고기를 준비해 가지 않고
흙집세상에서 추천해 주셨던 식당에서 맛있고 풍성한 저녁을 먹고 왔었는데요.
옆집은 엄마와 딸이 와서 고기와 함께 가볍게 한잔을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급! 부럽루럽~~ㅠㅠ
엄마와 딸~~ 알콩달콩~~
아... 딸 없는 설움~~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
저는 사장님께서 고구마를 준비해 왔다고 하니까
구워주신다고 하시길래.. 군불에 굽게 해 주시는 줄 알았는데..
고기도 안 구워 먹는데 우리에게도 이렇게 화로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고구마 구워 먹으라고~~~~
감동~~~~~ 감동쓰~~~~~@.@
이 화로에 고구마를 묻어두고 익는 동안 불 쬐며 노는 시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옆집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길래..
우리는 없는 살림에 바나나를 구웠습니다.
(과일만 종류별로 한 가득 싸온 불쌍한 살림~ㅠㅠ)
아프리카 어디에서 바나나를 구워 먹고 튀겨먹는 걸 본듯하야~~~ ㅋㅋ
구울 때는 너~~~~~~~무 재미있었는데..ㅋㅋ
구워 먹지 마세요..ㅠㅠ
맛 엄서요~~ㅋㅋ
불놀이하다 사장님이 가르쳐주신 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건져 올린 내 고구마~~
큰 걸루다가 가져왔다고 오래오래 구웠더니..
이 깨끗한 숯불..
화력도 쎄서 오래 굽지 않아도 되더라고요..ㅋ
아.. 드디어 이곳 흙집세상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
절로 마음 정화.. 몸 정화.. 정신 정화가 다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친절하신 사모님께서 갖다 주신 보약 같은 김치~~
지리산 산속에서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익은 김치라 그런지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고구마와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
깊어가는 밤과 함께 조명이 하나 둘 밝혀지고
사람까지 고요해집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일찍 잠드신 형님을 재워두고..
이른 저녁부터 밤까지 별을 보러 자주 밖을 나왔었는데요.
이날은 반달이 떴는데도 달이 어찌나 밝은지..
옛날 달빛에 의지해 길을 갔다거나 책을 읽었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습니다.
달이 있을 때도 별이 많이 떴었지만
달이 지고 나니.. 별들이 얼마나 초롱초롱하던지요~~^^
카메라에도 잡힐 만큼 별이 밝고 많았습니다.
별을 찍을 때는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하고 삼각대를 이용해야 하는데..
다 준비해 가고서도
그냥 별을 찍어서는
내 눈에는 보이는 별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디있누~~' 하실 것 같아 사진은 안 올립니다.
게으름을 벗어나..
삼각대와 카메라 제대로 사용하기가 되는 날.. 다시 찍어 올릴게요~
이른 아침..
해 뜨는 걸 보러 나갔더니..
어제 보었던 고양이가 떠억하니.. 지붕에 앉아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나무를 타고 내려온 이 녀석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더니.. 애교가 애교가~~ㅋㅋ
완전 애교덩어리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산고양이라고 하는데.. 사람의 손길을 은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발톱을 동그랗게 말아 부드러운 털만 나오게 한 후
부비적부비적~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참을 쓰다듬어 주고.. 긁어주고.. 장난을 쳐도 마냥 좋아합니다.
먹을 것을 주니.. 그건 먹지도 않고..
오로지 사람하고 노는 것만 좋아하네요.
귀여운 냥이녀석~~
해 뜨는 걸 찍으려고 했는데..
이 집 방향이 동쪽을 보고 있지 않았나 봅니다.
해 뜨는 건 볼 수 없었어요.
골이 깊어서~~
하지만.. 밝아온 하늘이 어찌나 예쁘던지..
오늘은 맑음~^^
흙집세상이 다른 집이 된 듯 더욱 예쁘게 빛났습니다.
뒷산의 하늘빛이 정말 예쁘죠?
햇볕을 받아 더욱 빛이 나던 너와와 흙집세상
나갈 시간이 되어 내려오면서 보니..
한 폭의 그림이네요.
이제 봄..
이 골짜기에도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지리산 흙집세상이 더욱 아늑해질 것 같습니다.
따뜻한 방에서 온몸의 피로가 쫘악 풀렸던 너무도 좋았던 흙집 체험
파릇파릇 온 산이 연초록으로 물들 때..
그리고 비가 올 때..
다시 방문한다면 너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다시 오고 싶다고 했더니
이 곳 사모님도 비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고 하네요. ㅋ
이곳은 화개장터에서 벚꽃십리길을 지나 한참을 더 올라온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올봄..
꽃잎 날리는 아름다운 벚꽃십리길을 찾아올 때
지리산을 방문하실 때
하루정도 머물다 가시면 정말 좋을 듯합니다.